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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와 같은 시대에 사는 사람들을 아시나요? <나는 그냥 버스기사입니다-허혁>
    > Culture&refinement/서평 2018. 6. 5. 22:20



    이 책을 선택한 이유


    나는 아침에 출근을 해서 저녁에 퇴근을 하는 사람이다. 늘 같은 출근길에는 버스가 함께 한다.

    백 명의 사람이 있다면 백 개의 사연이 있다. 그 사람과 직접 대화해보지 않으면 알기 어렵다.


    대한민국에서 버스라는 대중교통은 없어선 안 될 존재고, 아버지 세대에서 가장 흔한 직업이기도 하다. 

    그런데 우리는 버스기사님들은 어떤 시선으로 보고 있는가? 


    나는 사실 출근길에 사람이 북적대는 버스에서 길이나 신호가 막히게 되면 기사님을 탓도 아닌데, 괜시리 원망해본 적도 많다.


    이 책의 가장 첫 페이지에는 '천 개의 길, 천 개의 시내버스'라고 쓰여져있다. 나와 비슷한 생각을 했을 버스기사님은 어떤 삶을 사는지 궁금했다.




    이 책을 통해 새롭게 알게 된 사실 - 그들이 마음 속에 걸려하는 것 


    버스와 택시는 승객을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데려다주는 것이 목적이며, 그들의 사명이다. 

    그런데 기사님들은 승객과의 갈등이 가장 스트레스라고 한다.


    기사와 승객 사이에서 가장 오해가 많은 민원이 무정차다. 

    1. 무정차를 인정할 수 없는 경우 

    하나, 영감님이 백미러 가시권 밖에 있어 발견하지 못했다. 둘, 설령 봤다 하더라도 위험해서 태울 수가 없다.

    2. 무정차의 여러 경우 

    하나, 출근시간대 만차로 인한 무정차 시비가 있다. 정류장 마다 승객이 발을 동동 구르며 서있다. 태우려면 어떻게든 방법은 있겠지만 정류장마다 태우고 가면 모두 지각이다. 조금만 기다리면 버스는 또 온다. 기사도 생각이 있어 버스가 귀하 구간에서는 어떻게든 태우고 나온다.

    둘, 정류장 주변에 불법 주차된 차들도 많고 차선 구분 없이 교통이 몹시 혼잡한데 승객마저 다른일을 보고 있으면 그냥 지나치기가 쉽다.

    셋, 딴 생각하다 정류장에 있는 승객을 보지 못하고 멍하니 지나치는 경우도 왕왕 있다. p176, 버스는 한번 문 닫으면 돌이키기 어렵다.


    그리고 버스기사의 불친절함에 대한 나름의 입장과 승객이 되어 바라보는 입장을 재미있게 표현했다. 

    나는 '역지사지'라는 글에서 공감의 의미에서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었다. 상반되는 두 입장이 모두 이해가 됐기 때문이었다.


    사거리의 정류장은 보통 신호등 십 미터 전에 위치한다. 사거리에 있는 정류자은 승하차를 마치고 막 나가다가 '덜컥' 신호에 걸리는 경우가 많다. 사람들이 곧바로 횡단보도를 건너오고 그중에는 버스를 타려는 승객이 꼭 있다. (중략) 이왕 열어줄거 기분 좋게 열어주면 좋은데 그게 잘 안된다. 버스를 몰다 보면 어느새 화에 사로잡혀 있고 한번 화에 사로잡히면 사람 자체가 싫어진다. 내 경우에는 신호에 타든지 말든지 아예 앞문을 열어놓고 먼 산을 본다. 하루는 나도 사거리 횡단보도를 건너며 신호대기에 걸려있는 버스에게 공손하게 사인 보낼 일이 있었다. 마침 화에 사로잡혀 있던 기사님이 세상에서 제일 썰렁한 표정으로 앞문을 따주셨다. 역시나 고맙다는 인사에 아무런 대꾸 없이 먼 산 보기를 하고 있었다.

    p87, 역지사지



    이 책을 읽을 때 내려놓아야 할 것들 - 그들을 향했던 비난의 시선 


    우리와 하루종일 마주하는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결국 ‘사람’이 하는 이자, 결코 단순노동에 그치지 않는 직업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주차된 차들을 피해 정류장을 들락날락 하다보면 저절로 화가 쌓인다. 하루면 한두 번은 아찔한 상황이 꼭 생긴다. 쫓아가서 작살을 내고 싶은데 승객들 때문에 참는다. 시내버스기사는 서비스직이 아니고 결국 운전직이라 버스 안보다 버스 밖이 열 배는 힘들다. 짜증은 밖에서 시작되는데 엉뚱하게도 사고는 매번 기사와 승객 사이에 난다. p22, 언제나 문제는 몸이다


    그래도 버스에 한번 쯤 불만을 가져본 사람이라면, 이 책을 통해 우리가 인지하지 못했던 버스기사님들의 수많은 배려들이 떠오를 것이다.


    비 좀 맞으면 큰일 나는 승객이 있다. 버스 선 뒤에 우슨접고 우산털며 엉덩이부터 데민다. 그런 승객이 하차할때는 잠시라도 비를 안 맞고 우산을 펼 수 있도록 뒷문을 정류장 박스 안에 정확히 맞춰준다. 인도에 최대한 붙여 세우는 것도 잊으면 아니 된다. p112, 비가오면 시내버스는


    기존에 대중교통이라는 재화를 이용하는 소비의 개념으로 바라봤다면, 책을 읽고 나니 사람이 마주하는 일이라는 점에서 이해관계가 충돌했다. 


    어쩌면 우리는 버스나 택시라는 서비스를 이용하는 소비자로써, 그들을 소비자 만족시켜야 하는 대상으로 평가하고 판단하려 했는지도 모른다.


    우리가 수준높은 잣대를 들이대는만큼, 그들의 근무환경과 보상은 충분히 제공되는가?


    대다수의 대중교통 운전수들은 악조건 속에서 일반 사무직보다 적은 월급으로 살아간다. 화장실도 가고싶을 때 갈 수 없으며, 식사시간 제때에 끼니를 먹는 것 조차 어려운 환경이다. 연료를 충전하는 시간도 늘 근무종료시간에는 몰려, 제때 퇴근하려면 묘수를 찾아야 한다. 


    그래서 우리는 소비자 만족개념에서 그들을 "평가"하고 "판단"하는 것은 가혹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어려운 환경에서 그들의 하루 하루를 위해 일하는 사람들이 조금 더 나은 환경에서 일을 하며 최소한의 인간적인 삶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의 고려사항이 필요하다. 국가 차원에서 제도로 지원하는 것, 그리고 그들을 바라보는 시각을 조금 더 존중하는 문화를 만들어 가는 것.


    존중이라는 문화를 만들어가는 것은 비단 이 책의 주인공 뿐만 아니라, 직종을 막론하고 사람들이 각자의 업무환경이 나아지고 사회 전반으로는 스트레스 보다는 긍정적인 기운을 만들어 내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고 우리는 모두 이 사회에 필요한 사람들인데, 함께 살아가는 구성원으로써 결국 우리 모두 사람이라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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