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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를 너무 많은 생각에 시달리게 하는 세상<피로사회-한병철>
    > Culture&refinement/서평 2017. 8. 3. 09:36


    피로하다는 말은 더 이상 현대인들에게 특별한 증상이 아니다.


    열 명 중 한 명이 천식으로 고생한다면 나머지 사람들은 걱정을 하거나, 안됐다는 생각을 할 것이다. 그러나 열 명 모두 천식을 앓는 환경에서 각자의 고통은 더 이상 특별한 증상이 아니다. 왜냐하면 모두들 비슷한 증상을 앓고 있기 때문에 나의 고통도, 타인의 고통도 더 이상 특별할 것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고통의 절대적인 수치가 감소하는 것은 아니다.  




    이 책은


    독일에서 철학을 전공한 한병철 교수가 현 사회현상을 피로사회라는 새로운 용어로 정리했고, 우리가 미학으로 알고 있는 성과가 성공으로 인정되는 사회가 과연 개인들을 인간답게 살게 하는 것인지 질문을 던진다.


    저자에 의하면 근대 이전에는 나와 다른 것(이질성)에 대해 마치 면역세포가 바이러스에 대항하듯 적대감을 가져 공격하거나 분노로 표출했다. 그러나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은 나와 다른 것을 배척하지 않고, 긍정하고 있다. 나와 다른 것이지, 틀린 것이 아니라고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우리는 너무 많은 것을 수용하고 긍정해야 하는 환경에 놓여있다고 말한다.


    또한 기존의 노동, 신분사회처럼 누군가에 의해 억압되고 규정된 사회에서 개인들은 한계에 부딪히며 살아왔으나, 우리가 하는 만큼 이뤄낼 수 있고 성공할 수 있는 자유로운 이 사회 속에서 개인들은 한계가 없는 성과주의로 내몰린다는 것이다. 타인과 스스로를 비교하며 우울감이나 열등감에 빠지기도 하고, 현재에 만족하지 않는다면 더 큰 성과를 얻기 위해 끊임없이 생각하고 고민한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로 제기되었다.


    *긍정화 된 세계 속에서 무언가를 할 수 있는(긍정적) 힘은 커지고 무언가를 하지 않을(부정적) 힘이 없다면 우리는 치명적인 활동과잉, 무언가 생각할 힘밖에 남아있지 않다고 진단한다. 

    * 긍정화 된 세계와 활동과잉, 생각과잉을 잇는 매개를 이해하는 것이 쉽지 않다. 


    과연 끊임없이 스스로를 발전시키기 위해 고민하고 많은 생각을 하는 것이 옳고 그른가에 대해 한병철 교수는 생산성을 근거로 들었다. 과한 생각은 주의 산만한 여러가지 생각으로 이어지며, 이는 한 가지에 몰입하여 주의깊게 생각하는 사색과는 다르며 피로도만 높아진다는 면에서 생산성이 현저히 떨어진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나 아렌트, 니체와 같이 `활동 : 개인을 향상시키기 위한 발전적인 행동`을 강조했던 말들을 인용하며, 지나친 활동은 오히려 구속이 될 수 있으며, 오래 천천히 바라볼 수 있는 능력, 즉 사색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나에게 이 책은


    음에는 면역이라는 측면에서 우리가 놓여있는 사회를 그리는데, 어려운 용어들로 쓰여 이해하는데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예를 들면 '면역학적 타자의 긍정성'이라던지, '타자성은 소비주의이다', '부정성의 변증법'이라는 용어가 그랬다. 대체로 글의 시작부분에서는 알기 어려운 용어로 정의하고, 뒤에서 풀어나가는 형식으로 쓰였는데 상당한 집중을 요했다. 


    이 책이 재독 철학자의 연구산물이라는 측면에서 한국 독자들에게는 당연히 어려운 책으로 보일 수 있지만, 이 책이 2010년에 출간되자마자 독일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는 사실에서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내용임을 증명한다. 원작자의 철학이 담겨있는 만큼 글의 의도를 최대한 반영하기 위해서였는지 확실치 않지만, 이 책은 한국 독자들을 위해 친절하게 번역/해석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사회 현상에 대해 철학적으로 진단한 이 글은 멀티태스킹을 요구하는 우리 시대를 정확하게 짚어냈다. 나의 경우에도 직장을 다니면서도 좀 더 잘 살기 위해, 바쁘게 굴러가는 이 사회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고 주관을 가지기 위해 끊임없이 멀티태스킹을 한다. 예를 들면, 일을 하면서도 재테크에 관한 고민을 하고, 그 와중에도 부동산에 대한 생각, 다시 업무에 대해 고민하며 생각의 범위를 여러 단위로 쪼개는 하루를 보내고 있다. 


    적당히 사색을 하며 무언가를 탐구하며 깨달음을 얻는 기존의 진리와는 다르게, 과한 생각과 지나친 활동들로 밀려오는 피로들에 쫓기는 일상이 스스로에게 과연 효율적인지 묻곤 했다. 그러나 이 책에서 문제로 제기된 과한 긍정, 멀티태스킹을 하지 않고 우리는 현대 사회를 살아 갈 수 있겠는가. 모든 것을 내려놓고 개인들이 현실에 적용하기엔 아직은 특별한 솔루션이 없다는 것이 과제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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