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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사실은 "존재"의 "참을 수 없는 가벼움"
    > Culture&refinement/서평 2019. 10. 14. 21:19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 밀란 쿤데라 / 민음사

     

    이 책에선 4명의 인물이 등장한다.

    • 토마시 - 한 여성에 만족하지 못하고 여러 여자와 육체적인 관계에서 삶의 의미를 찾는다. 그의 대표적인 자아성취요소였던 잘 나가던 의사라는 직업을 포기하고 테레자를 사랑해서 보헤미아에서 유리창청소부로의 삶을 사는 것을 봐선 그의 사랑을 의심할 여지가 없다. 하지만, 그는 테레자를 사랑하는 상태로 여러 여자를 만난다.

    • 테레자 - 아주 우연히 토마시를 만나 사랑하게 됐다. 어릴 때 부터 어머니의 언어적인 폭력속에 자존감이 낮은 여성으로 자라났고, 아마 그 부분이 토마시가 여러 여자들과는 달리 테레자에게 보살펴주고 싶은 마음과 사랑을(보호본능)을 이끌었는지도 모르겠다. 사진기자라는 직종에 새로운 흥미를 얻지만, 소련과 체코의 어두운 분위기 속에 자연스레 포기하고 토마시와 떠난다. 일생의 대부분을 토마시가 자신을 위해 많은 것을 포기한 것에 고마움을 느끼면서도 다른 여자를 만나는 모습을 알아채고, 상상하고, 괴로워하며 지낸다. 후에 그녀가 애완견인 카레닌을 키우는 것은 토마시에게 애정을 쏟는 것보다 훨씬 행복한 일이었다.

    • 사비나 - 토마시의 에로틱한 우정을 나누는 친구였다. 체코의 공산주의 체계에 신물을 느끼고, 무거움 보다는 가벼운 관계나 존재를 추구하는 예술가이기도 했다.

    • 프란츠 - 안정적인 가정과 직장을 영위한 삶을 살던 프란츠는 사비나에게 반한다. 그녀로 인해 이혼도 서슴치 않았지만, 그녀가 떠나고 난 뒤에는 훨씬 어린 여자친구를 새로 사귀며 그가 원했던 것은 사실은 가벼움이었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사실은, 존재의 참을 수 없는 가벼움

    토마시나 사비나 처럼 살기엔 나에게도 그런 면이 있긴 하지만 그렇게 인생을 던지고 싶진 않았었다. (그래도 그런 면이 있어 공감은 함)

    그런데 "카레닌의 미소" 부분을 보고 토마시와의 사랑은 무거운 책임과 주고 받는걸 계산하는 사랑을 하지만 카레닌에게는 아무것도 바라는 것 없는 사랑을 주는 모습을 보고 너무 큰 공감을 했고, 그런 카레닌이 죽음을 맞이할 때 내 미래의 모습과 겹쳐보였다.

    결혼이라는 제도로 인해 일부일처제는 토마시와 테레자의 관계를 보여주는 것만 같다. 

    우연스럽게 만난 것 같지만 그들이 살아왔던 기억(책이나 음악)이 우연히 맞아떨어지는 필연적인 사랑에 빠지지만, 자신의 삶의 목적은 포기하지 못한 채 누군가는 상처를 받고, 포기를 해가며 관계를 이어나간다. 15년이 지난 후의 그들의 죽음 앞에서 그들에게 행복이 가득했던 기억은 얼마동안 유지되었을까, 그저 함께 하기 위해서 많은 것들을 포기하며 그들은 과연 행복했었을지에 대한 의문이 생기며, 나에게도 그런 시간의 흐름이 지난 뒤에 과연 난 어떻게 대처할 수 있을 것인가라는 생각에 젖어들었다.

     

     

    * 나도 쉽게 느끼는 감정들

    * 공감하는 부분들

    * 밀란쿤데라의 탐나는 표현들


    p17 사람이 무엇을 희구해야만 하는가를 안다는 것은 절대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사람은 한 번 밖에 살지 못하고 전생과 후생을 비교할 수도 없으며 현생과 비교하여 후생을 바로잡을 수 없기 때문이다.

     

    p23 그(토마시)는 에로틱한 우정이 공격적인 사랑으로 변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그는 고정 애인 하나하나를 긴 간격을 두고 만났다.

     

    p36 라틴어에서 파생한 동정이라는 단어는 타인의 고통을 차마 차가운 심장으로 바라볼 수 없다는 것을 뜻한다. 달리 말해 고통스러운 이와 공감한다는 뜻이다. (중략) 누군가를 동정삼아 사랑한다는 것은 진정으로 사랑하는 것이 아니다

     

    p57 그녀(테레자)는 순진하게도 외국생활이 자기를 바꾸리라 믿었던 것이다.

     

    p65 칠 년 전 테레자가 살던 도시의 병원에 우연히 치료하기 힘든 편도선 환자가 발생했고, 토마시가 일하던 병원의 과장이 급히 호출되었다. 그런데 우연히 과장은 좌골신경통 때문에 꼼짝도 할 수 없었다. 그는 자기 대신에 토마시를 시골 마을에 보냈던 것이다. 그 마을에는 호텔이 다섯 개 있었는데 토마시는 우연히 테레자가 일하던 호텔에 들었다. 우연히 열차가 떠나기 전까지 시간이 남아 그는 술집에 들어가 앉았던 것이다. 테레자가 우연히 당번이었고 우연히 토마시의 테이블을 담당했다. (중략) 그는 그녀 때문에 보헤미아로 되돌아왔다. 이렇듯 치명적 결정은 칠 년 전 외과 과장에게 좌골 신경통이 없었더라면 존재하지도 않았을 우연한 사랑에 근거한 것이다.

     

    p74 그녀는 거울을 보며 어머니의 윤곽에서 벗어나려 했고 백지상태에서 출발하여 자신의 얼굴에 오직 자신의 것만 남기려고 애썼다. 그것에 도달하면 도취의 순간이 왔다. 그때 그녀의 영혼은 선실에서 기어나와 갑판 위에서 하늘을 향해 손을 흔들고 노래를 부르는 뱃사람처럼 육체의 표면으로 솟아올랐다.

     

    p79 어머니는 테레자에게 어머니가 되는 것은 모든 것을 희생하는 것이라며 지칠 줄 모르고 설명했다. 아이 하나 때문에 모든 것을 잃은 한 여인의 체험을 표현하는 것이기에 그녀의 말에는 설득력이 있었다. 그 말을 들은 테레자는 삶의 최고 가치는 모성애이고 모성애란 큰 희생이라고 믿었다. 모성애가 희생 그 자체라면, 태어난 것은 그 무엇으로도 용서받지 못할 죄인 셈이다.

     

    p85 그녀(테레자)를 둘러싼 저속한 세계에 대항하는 그녀의 유일한 무기는 시립도서관에서 빌려오는 책 뿐이었다. 책은 그녀에게 아무런 만족도 주지 못하는 삶으로부터 벗어나는 상상의 도피 기회를 제공했지만, 그 자체로도 의미가 있었다. 책은 그녀에게 19세기 멋쟁이들이 들고 다녔던 우아한 지팡이와도 같았다. 책을 통해 그녀는 남과 자기를 구분지었다.

     

    p88 하나의 사랑이 잊히지 않는 사랑이 되기 위해서는 성 프란체스코의 어깨에 새들이 모여앉듯 첫 순간부터 여러 우연이 합해져야만 한다.

     

    p98 독학자와 학교에 다닌 사람의 다른 점은 지식 폭이 아니라 생명력과 자신에 대한 신뢰감의 정도차이다.

     

    p106 끊임없이 '신분 상승'을 원하는 자는 어느 날엔가 느낄 현기증을 감수해야만 한다. 

    -> 테레자가 느껴야 할 현기증은 토마시의 바람기와 어머니의 병이었을 것이다. 애초에 테레자는 가정환경 탓으로 어머니로부터 벗어나고 싶어했다.

     

    p110 그녀(테레자)는 참기 어려운 추락 욕구를 느꼈다. 그녀는 지속적인 현기증 속에서 살았다.(중략) 토마시는 변함없이 그녀를 일으켜 줬다.

     

    p127 "당신이 선인장 사진을 찍을지라도 그것은 당신에게 속한 당신의 삶이죠. 남편만을 위해 사는 것은 당신의 삶이 아니에요." 테레자는 불쑥 화가 났다. " 내 삶은 남편이지 선인장이 아니에요." 사진작가는 화난 투로 이야기했다. "당신이 행복하다는 뜻입니까? (중략) 그런 말을 하는 여자는 십중팔구 아주 시대착오적이죠." 테레자는 멍한 표정으로 말했다. "맞아요. 남편이 내게 한 말도 바로 그거였어요."

    -> 테레자가 토마시를 선택하면서 어떤 마음가짐을 가져왔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p179 마리클로드는 사비나가 손수 만든 보석을 추하게 보기로 결심한 이유는 무엇일까? (중략) 사비나의 보석이 흉하다고 마리클로드가 말한 이유는 그녀가 그런 말을 감히 할 수 있는 입장이었기 때문이다.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마리클로드는 사비나에게 그녀의 보석이 추하다고 감히 말할 수 있다는 것을 과시하기 위하여 그런 선언을 한 것이다.

     

    p183 "아름다운 것이란 무엇이지?"라고 말하고는 프란츠는 문득 최근 부인과 함께 참석해야만 했던 전시회 개막식을 떠올렸다. 연설과 말들이 무성했던 무한한 허영심, 문화의 허영심, 예술의 허영심.

     

    p201 그런데 사비나에게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아무 일도 없었다. 그녀는 한 남자로부터 떠나고 싶었기 때문에 떠났다. (중략) 그녀의 드라마는 무거움의 드라마가 아니라 가벼움의 드라마였다. 그녀를 짓눌렀던 것은 짐이 아니라 존재의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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